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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뷰] 尹 대통령, 감정의 정치

barobaro2 2024. 9. 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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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무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윤 대통령 뒤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예산안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이덕훈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보면 ‘감정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22대 국회 개원식에 가지 않았다. 이유는 ‘야당’이었다. 대통령실은 언어 폭력, 피켓 시위로 대통령을 모욕할 것이 뻔해서 참석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국회 개원식에 가지 않은 첫 대통령이란 기록을 남기게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로 예정됐던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을 추석 뒤로 연기했다. 이 만찬은 원래 대통령실이 제안했던 행사였다. 29일 열렸던 국민의힘 연찬회에도 윤 대통령은 불참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었다. 이유는 ‘한동훈’이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직전에 있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026년 의대 증원 유예’ 제안이 상당히 불쾌했다고 한다.

이 장면들은 윤 대통령이 둘러싼 현실과 그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을 보여준다. 임기가 반환점을 돌지도 않은 윤 대통령은 여당의 전폭적 지원을 못 받고 있다. 해병대원 특검법을 놓고 용산과 생각이 다른 한 대표는 ‘김경수 복권 반대’에 이어 ‘의대 증원 유예’를 불쑥 던졌다. ‘의대 증원 유예’에 대해 윤 대통령은 자신이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의료 개혁에 찬물을 끼얹는 걸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여의도의 정치 고수들도 “한동훈 대표가 성급하고 미숙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총선을 통해 몸집을 더 불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윤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리를 숨기지 않았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민주당 계열의 장외 세력들은 탄핵 집회를 시작해 지금도 하고 있다. 민주당도 이를 장내로 끌고 와서 국회에서 연일 ‘탄핵 청문회’를 열었다. 민주당 인사들은 ‘대통령 탄핵’이 일반 공무원 징계쯤 되는 사안인 양 아무렇게나 얘기하고 있다. 대통령 부부를 ‘살인자’라 했던 민주당 의원은 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다른 의원들은 갑자기 윤 대통령이 계엄을 준비한다는 음모론을 확산 중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평정심 유지가 힘든 상황의 연속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회를 파트너로 해서 국정을 운영해 나갈 수밖에 없는 자리다. 필요하면 자신을 죽이려는 상대와도 웃으며 악수하는, 감정이 배제된 정치도 해야 한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정브리핑에서 의료·연금·노동·교육 등 4대 개혁에 대해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며 “국민께서 맡긴 소명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그저께 국회로 넘어갔다.

핵심은 지금 대통령실 구조가 윤 대통령 앞에 펼쳐진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외부와 파이프 라인으로 연결된 섬(島)과 같다. 정부 부처와 국가 기관들과 연결된 그 파이프 라인으로 정보와 판단이 공급된다. 대통령실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그 파이프 라인이 정상 작동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무소불위로 보이는 대통령실은 고립되고 쉽게 허약해진다. 역대 정권들을 보면 대통령 임기 말로 가면서 그 파이프 라인이 경색(梗塞)되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대통령 뜻과 어긋나는 정보는 아예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 의식하지 말고 열심히 해서 4대 개혁을 이루자”며 참모들을 다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대통령 임기 말에 나타나는 ‘경색’ 현상이 너무 일찍 오는 것 같다고 우려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그 징후로 받아들이는 여러 사례의 대부분은 ‘격노’와 같은 대통령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대통령은 ‘냉정’해지고, 더 늦기 전에 대통령실과 연결된 국정 운영의 파이프 라인을 점검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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